블랙스톤은 왜 매출 550억 원의 한국 절삭공구 회사를 인수했을까
최소 티켓 사이즈에 못 미치는 거래를 성장 계획으로 성사시킨 이야기
핵심 요약
-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이 2024년 11월 국내 절삭공구 제조사 제이제이툴스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약 3,100억 원입니다.
- 이 거래는 글로벌 사모펀드의 통상 최소 투자 규모에 못 미쳤습니다. 동종 기업을 추가로 인수(볼트온)해 플랫폼을 키우는 성장 계획으로 이 간극을 메웠습니다.
- 창업자에게는 승계, 생산 능력, 해외 진출이라는 세 가지 고민이 있었고, 글로벌 사모펀드는 세 가지 모두에 답을 갖고 있었습니다. 삼정KPMG가 매각 자문을 맡았습니다.
제이제이툴스는 어떤 회사인가
제이제이툴스는 1997년 설립된 초경합금 절삭공구 전문 제조사입니다. 엔드밀, 쓰레드밀, 드릴, 인서트를 만들고, 제품은 반도체, 자동차, 항공, 의료기기 같은 정밀 가공 산업에 쓰입니다. 별도의 해외 영업 조직 없이 가격 대비 품질만으로 해외 고객을 모았고, 그 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나옵니다.
창업자는 왜 가업승계 대신 매각을 택했나
창업자 박종익 대표에게는 세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 승계: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 생산 능력(CAPA): 주문은 늘어나는데 공장 규모가 모자라 성장이 멈출 위기였습니다.
- 해외 진출: 수출 비중은 50%를 넘었지만 고객이 찾아오는 방식에만 기대고 있었고, 해외 시장에 직접 나갈 조직과 네트워크가 없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사모펀드가 잘 푸는 문제입니다. 특히 세 번째인 해외 시장 확장은 전 세계에 포트폴리오 기업과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가 가장 강한 분야입니다.
창업자의 세 가지 고민에 글로벌 사모펀드는 모두 해법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소 투자 규모에 못 미치는 거래를 어떻게 성사시켰나
가장 큰 문제는 규모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랙스톤 같은 대형 글로벌 사모펀드는 7,000억 원 ~ 8,000억 원 이상 거래만 검토합니다. 제이제이툴스의 기업가치는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삼정KPMG는 회사 크기가 아니라 인수 후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크기, 즉 볼트온 전략을 통해 블랙스톤을 설득했습니다.
제이제이툴스를 플랫폼으로 삼아, 비슷한 잠재력을 가진 국내 소부장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계획입니다.
블랙스톤 측 상업 실사(CDD) 자문사도 따로 같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실사 과정에서 세계 최대 절삭공구 기업 샌드빅(Sandvik) 출신 전직 임원들이 이 회사를 검토했습니다. 이들은 "샌드빅도 이렇게까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이제이툴스가 보유한 글로벌 경쟁력과 확장성이 블랙스톤의 볼트온 투자 결정을 굳혔습니다.
볼트온(Bolt-on) 전략이란?
이미 인수한 회사(플랫폼)에 같은 업종이나 앞뒤 공정의 기업을 덧붙여 인수하는 M&A 방식입니다.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로 전체 기업가치를 키우며, 사모펀드가 많이 쓰는 성장 전략입니다.
한국 소부장 기업에 글로벌 사모펀드가 맞는 이유
절삭공구뿐 아니라 많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한국 제품이 가성비를 무기로 유럽, 미국, 일본 제품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혼자서는 해외 유통망, 인증, 현지 영업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는 자본과 함께 해외 네트워크와 경영 시스템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기술은 있는데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한국 강소기업에게 가장 확실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소부장 기업은 좋은 투자 파트너를 만나면 미국·일본·유럽의 전통 강자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매각을 고민하는 오너가 이 사례에서 배울 3가지
- 세계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숫자로 증명하라. 높은 수출 비중과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이 실사에서 그대로 확인됐고, 이것이 기업가치의 바탕이 됐습니다.
- 회사 규모가 아니라 성장 계획으로 설득하라. 규모가 작아도 확실하고 증명 가능한 성장 계획을 설계하면 대형 투자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습니다.
-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를 선임하라. 이 거래는 유럽, 중국 등 여러 나라 투자자와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어려운 거래였습니다. 고난이도 딜 경험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 선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례는 어떤 회사에 해당될까
다음 조건에 가까운 회사라면 글로벌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선택지로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 업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정밀 가공처럼 해외에서 유럽·미국·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요가 있는 제조업
- 규모: 매출 수백억 원대로 대형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이익률이 높고 증설이나 추가 인수로 키울 여지가 있는 회사
- 해외 매출: 수출 비중이 높아, 제품 경쟁력이 이미 해외에서 확인된 회사
- 오너 상황: 자녀 승계 계획이 없거나, 생산 능력·해외 진출 같은 성장 과제를 혼자 풀기 어렵다고 느끼는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