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무산된 딜, 두 번째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매각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어느 오너의 이야기
KPMG Owner Exit Story는 매각 과정을 겪으신 오너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는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낯선 M&A 속에서 오너가 느꼈던 감정과 고민, 그리고 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함께 나누고 회고합니다.
많은 오너들에게 회사 매각은 단순한 거래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이름으로 버텨온 삶의 한 부분을 내려놓는 일이고, 동시에 다음 삶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한 번의 매각 실패를 겪은 뒤, 1년 후 다시 시장에 나와 국내 SI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한 한 오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인터뷰입니다.
I. 기대와 현실 사이, 한 차례 실패
Q. 처음부터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 있으셨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회사 매각을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회사는 거의 40년 동안 제 삶 그 자체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생각을 했고, 하루의 대부분은 회사 안에서 흘러갔습니다. 그러니 회사를 판다는 것은 사업을 정리하는 문제이기보다, 제 생활의 중심을 내려놓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더 이상 회사의 미래를 예전처럼 선명하게 그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영자의 역할은 단지 이익을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역할을 제가 계속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커졌습니다.
아이들 역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회사를 이어받겠다는 뜻도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를 계속 제가 쥐고 있는 것이 과연 회사에 가장 좋은 선택인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회사를 더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Q. 처음 매각을 시도하셨을 때는 어떠셨습니까?
처음에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업을 해왔고, 거래처도 안정적이었고, 시장에서 나름의 평판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각을 추진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인 소개로 다른 자문사와 먼저 접촉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저희 회사와 꼭 맞는 접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문사는 전략적 투자자(SI) 풀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았고, 주로 재무적 투자자(FI)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는 결국 FI가 요구하는 방식과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FI는 분명한 성장 스토리와 일정 기간 내 재매각 가능성까지 함께 보는데, 당시 저희 회사는 그런 논리로 설명하기에는 결이 조금 달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삼정KPMG 같은 큰 자문사는 규모가 큰 딜 위주로 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저희 회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고 생각해 선뜻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결국 첫 번째 시도는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많이 허탈했습니다. 어렵게 마음먹고 꺼낸 결정을 다시 접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한동안은 "이제 그만하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II. 단단해진 결심, KPMG와 시장에 돌아오기까지
Q. 그런데도 다시 매각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 번째 실패를 겪고 나니 오히려 더 분명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이 회사를 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조금 더 버티는 것이 회사에도, 저 자신에게도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주인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더 맞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영자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결국 회사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인데, 그 부분에서 예전 같은 확신을 가지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정리하게 됐고, 이번에는 보다 제대로 준비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KPMG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Q. 두 번째 매각 과정은 무엇이 달랐습니까?
많이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에 맞는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첫 번째 만난 자문사에서는 FI 중심의 접근이 강했다면, 두 번째에는 저희 회사를 실제로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적정 투자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정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회사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그 방향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회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훨씬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저희 같은 산업재 회사는 숫자만 보면 아주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거래처, 쉽게 바뀌지 않는 신뢰, 시장에서 쌓아온 관계 같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왜 가치인지, 왜 누군가가 이어받을 만한 회사인지를 설득력 있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KPMG가 그런 부분을 훨씬 전문성 있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3자의 시선으로 다시 정리해 보니, 비로소 이 회사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III. 내 회사를 마지막으로 톺아보며
Q. 실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실사 과정에서 가장 딜레마였던 것은 민감한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단가 같은 정보는 경쟁사가 알게 되면 회사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부담이 컸습니다. 실제로 회사 내부에서는 그런 자료까지 꼭 열어줘야 하느냐는 반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각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결국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으면 거래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렇다고 무리하게 다 열어주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는 공개 범위를 적절히 조절하고, 꼭 필요한 수준에서 매수인과 조율해주는 매각자문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 점에서 KPMG가 중간에서 공개 수위를 잘 조절해 주었고, 내부와 매수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 덕분에 실사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Q. 딜 도중 직원의 개인 배임 사건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은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매각 절차가 막바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으니, 오너 입장에서는 놀랍고 창피한 마음이 먼저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는 "이 일이 딜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매수인 측에서도 이것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보기보다는, 회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직원을 정리하는 선에서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상황을 차분히 정리하고, 필요한 설명을 충분히 하면서 거래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문사의 중간 조율 역할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IV. 매각은 내 회사에 '다음 주인'을 찾아주는 것
Q. 최종적으로 국내 SI에 매각을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격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조건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해온 회사를 넘기는 입장에서는, 결국 "누가 이 회사를 가져가느냐"가 더 크게 남습니다.
저는 회사를 단순히 비싸게 파는 것보다, 회사의 다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주체에게 넘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더 이상 예전처럼 미래를 선명하게 제시하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주인이 들어와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 회사에는 더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SI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회사를 무리하게 흔들기보다 기존의 기반을 존중하면서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그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Q. 클로징 날은 어떠셨습니까?
흔히들 홀가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날은 오히려 다른 걱정이 더 컸습니다.
40년 동안 일궈온 회사를 넘긴다는 것은 정말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에 가까웠지만, 막상 계약서에 서명하던 순간에는 제 감정보다 직원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가 더 먼저 떠올랐습니다.
물론 긴 과정이 끝났다는 안도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묘한 허전함도 있었습니다. 사인을 하고 나서도 바로 실감이 나지는 않았고,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V. 맺으며
Q. 매각 후 삶은 어떻게 달라지셨습니까?
개인적인 삶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에서는 완전히 벗어났고, 지금은 매일 운동을 하고, 손주들을 돌보고, 책을 읽고, 기도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온통 회사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비로소 제 삶의 리듬을 다시 찾은 느낌입니다.
다만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매각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뒤에는 직원들과의 관계도 이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오너와 직원의 관계라는 것이 아무리 인간적으로 가까워 보여도, 결국 회사를 떠나는 순간 일정 부분 단절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실제로 매각 이후 그런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대기업 계열로 편입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익숙한 방식으로 일해 온 직원들 중에는 새로운 시스템과 늘어난 업무를 부담스럽게 느낀 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매각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삶에 만족합니다. 저는 늘 "재산의 정점은 매각 순간에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벌어야 한다는 욕심보다는, 지금의 평안한 삶을 잘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에 매여 살았던 시간도 제 인생이었지만, 회사를 내려놓은 뒤의 시간도 또 다른 의미가 있더군요.
요즘은 꽤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오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회사를 판다는 것이 실패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회사를 다음 단계로 넘겨주는 책임 있는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매각을 결심했다면 가격 문제는 처음부터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깊이 있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희망가만 앞세우기보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이 어디인지, 어떤 방향으로 매각을 추진할지에 대해 자문사와 충분히 논의한 뒤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그 다음, 가격과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성사 자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M&A는 부동산처럼 오래 끌면서 밀고 당기는 시장과는 다릅니다. 한 번 매물로 나왔다가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괜히 '팔리지 않는 회사'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그러면 다음 기회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정했다면, 중간에 흔들리기보다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회사라고 해서 저절로 팔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정리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잘 넘기면 결국 길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이 없을 때 파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팔고 나서도 덜 흔들립니다.
P.S. KPMG 담당자 한마디
좋은 회사의 Exit에는 가격만이 아니라 방향과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잘 키우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시점에 잘 넘기는 결단 역시 경영의 일부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